"언론 감시기능 약화·자기검열 강화… 민주당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철회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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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최민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허위조작정보’ 유통 방지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그 입법 방향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하며 민주주의 공론장의 구조적 기반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가 이번 개정안이 헌법 정신과 국제 인권 기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과잉·중복 규제라며 개정안의 철회와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의 정보통신망개정안은 제47조의 7에 허위조작정보를 불법정보로 신설하여 유통을 금지하고, 허위 또는 허위조작정보에 따라 피해를 입은 자가 손해액을 증명하지 못해도 법원이 최대 5천만 원까지 손해액을 추정하고 있다.
특히 ‘타인을 해할 의도’를 추정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해 징벌적 성격으로 5배 배액배상이 가능하고 허위정보 또는 허위조작정보 신고 접수시 플랫폼의 즉시 삭제·차단 조치를 강제하는 등 사전적 통제와 사후적 징벌이 결합된 공격적인 규제 방식을 도입했다.
참여연대는 이번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이 위헌적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먼저 헌법적 명확성 원칙 및 위축 효과(Chilling Effect)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허위’의 개념이 제47조의 1항 1호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에서의 거짓과 무엇이 구별되는 개념인지 불분명하다.
또한 불법정보에 해당하는지가 ‘불분명하더라도’ 허위정보와 허위조작정보에 해당하면 정보통신망을 통한 유통을 금지하고 있다. ‘허위’, ‘조작’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과 판단 절차를 전혀 제시하지 않은 채, 그 판단을 사적 플랫폼이나 행정기관의 자의적인 재량에 맡기고 있어 헌법상 법률유보 원칙과 명확성 원칙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다.
헌법재판소는 금지되는 표현의 내용이 불명확할수록 국민은 규제를 우려하여 자기검열을 하게 되고, 이는 표현의 자유의 본질을 손상하는 ‘위축 효과(Chilling effect)’를 야기한다며 위헌 결정(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 ‘ 허위통신’, 헌재 2010. 12. 28. 2008헌바157등)을 한 바 있다.
또한 허위표현에 대한 과잉 규제이며 책임주의 원칙을 무력화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기능을 그대로 두면서 허위 또는 허위조작정보라는 신고가 있으면 플랫폼은 즉시 삭제·차단 조치를 하도록 강제함으로써 플랫폼을 준사법적 규제기관으로 전환시켜 정부와 플랫폼의 결합을 통한 간접 검열의 제도화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는 권력비판 언론감시 등 민주주의의 필수 기능부터 침묵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와함께 표현의 자유 관련 국제 인권 기준에 맞지 않다. 유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제19조 제3항에서 요구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 제한에 관한 세가지 요건 중 허용하고 있는 행위와 허용되지 않는 행위를 명확하게 법률에 규정하여야 하고(명확성), 제한은 민주 사회에서 해당 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요하고 비례적이어야 하는(비례성) 요건을 준수하지 못했다.
허위정보와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정의가 불명확할 뿐 아니라 임시조치 등 강력한 규제체계를 그대로 두면서 다시 징벌적 손해배상, 강제 삭제·차단 등의 조치를 추가 도입하여 과잉한 규제다.
EU(유럽연합) DSA(Digital Services Act)를 차용했다고 하나 DSA는 플랫폼 투명성, 책임성, 절차적 관리체계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인데 반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내용 통제와 처벌 중심의 검열적 접근을 취하여 국제 거버넌스 방향에도 배치된다.
아울러 허위조작를 근절하겠다는 정부와 국회의 기조가 민주주의 공론장의 토대를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헌재가 위헌이라고 판단한 불명확한 개념, 추상적 공익 개념, 재량권 부여, 위축효과 유발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정보의 허위 여부와 그 해악성 여부를 국가가 1차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자기검열과 위축효과로 이어지고 결국 민주주의 공론장을 파괴하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과정적 전제가 되는 이유는, 권력감시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위험’하기 때문이 아니라 ‘위험할 수 있더라도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자유’이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즉각적인 철회와 전면 재검토 △ 표현 규제는 삭제·차단·처벌 중심의 접근이 아닌, 투명성, 절차, 책임, 신뢰를 기반으로 한 공론장 강화 모델로 재설계 △새로운 규제 방향은 EU DSA와 같이 절차적 통제 마련 △논쟁적 표현, 공익적 비판, 시민사회 활동, 언론 감시 기능을 최우선으로 보호하는 방향이어야 할 것 등을 입법의견서를 통해 거듭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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