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가 할퀸 의성 고운사 숲, 10개월 만에 생명력 뿜어내다… "77%서 뚜렷한 자연복원 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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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사 사찰림 자연복원 프로젝트 중간보고회' (사진 출처: 그린피스)
- 환경단체·연구진, '고운사 사찰림 자연복원 프로젝트 중간보고회' 개최
- 맹아·고사리 등 '녹색붕대' 역할로 산불 직후 대비 토양 침식 위험 3.57배 감소
- 멸종위기종 수달·담비 귀환하고 '숲속 주치의' 딱따구리 맹활약
- "무분별한 벌채 지양하고 자연복원 가능성 믿는 산림 정책 전환 필요“
지난해 3월 역대급 대형 산불로 잿더미가 되었던 경북 의성 고운사 사찰림이 놀라운 자연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다. 화마가 휩쓸고 간 숲의 76.6%에서 뚜렷한 자연복원 징후가 확인되었으며, 멸종위기 야생동물들이 다시 숲을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안동환경운동연합 등 5개 환경단체와 분야별 연구진은 2026년 1월 26일 경상북도 의성군 고운사에서 '고운사 사찰림 자연복원 프로젝트 중간보고회'를 열고 지난 반년간 진행한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식생, 동물, 음향, 곤충 등 4개 분야로 나뉘어 진행된 이번 조사 결과는 숲이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고 구조를 갖춰가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 '녹색붕대' 두른 숲, 토양 침식 3.57배 감소
식생 분야 조사를 맡은 강릉원주대 이규송 교수팀에 따르면, 고운사 사찰림 산림은 단순한 수목 재생을 넘어 입체적인 회복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숲의 골격이 되는 참나무류 등 교목성 수종의 새싹(맹아) 밀도는 헥타르(ha)당 평균 3,922본으로 나타나 숲의 76.6%에서 복원 징후가 뚜렷했다.
산불 이후 자라난 고사리와 맹아 등 식생이 토양 유실을 막는 '녹색 붕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25년 8월 기준 토양 침식 위험은 산불 직후인 4월에 비해 3.57배 감소해 산사태 등 추가적인 재난에 대한 예방 효과도 보였다.
현장에서는 진달래, 생강나무 등 봄꽃 나무들이 맹아를 틔웠고, 싸리나무와 큰까치수영 등 곤충의 먹이원이 되는 야생화도 확인되었다.
사진 출처: 이규송 교수 발표 자료 캡쳐
■ 수달·담비·삵 등 멸종위기종의 피난처가 되다
동물 분야를 조사한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장은 고운사 산림이 멸종위기종의 피난처이자 이동 통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 기간 동안 총 17종의 포유류가 확인되었으며, 천연기념물 수달(멸종위기 1급)을 비롯해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담비와 삵 등 법정 보호종 3종이 모두 발견되었다.
수달은 계곡을, 담비는 능선을 이동 통로로 이용하며 산불 피해지 내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중대형 포유류의 회복 잠재력은 높았으나, 산불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설치류 등 소형 포유류의 종 다양성은 일시적으로 낮은 상태를 보였다.
■ '숲속의 주치의' 딱따구리와 소리로 증명된 생태계 회복
상지대 기경석 교수가 진행한 생물음향 모니터링에서는 소리를 통한 생태계 회복 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조사 기간 동안 총 28종의 야생조류가 확인되었고, 피해가 심했던 상류 지역의 조류 출현 종 수는 9월 14종에서 11월 18종으로 증가하며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천연기념물인 소쩍새가 야간 우점종 2위를 기록해 핵심 종으로 서식하고 있었으며, 올빼미와 큰소쩍새 등도 발견되었다.
특히 산림 건강성 지표종인 오색딱따구리 등의 출현은 곤충과 조류의 먹이사슬 복원을 시사했다.
연구진은 불에 탄 고사목에서 해충을 제거하고 구멍을 파 다른 동물의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딱따구리를 숲을 치료하는 '주치의'에 비유하며, 고사목이 단순한 피해목이 아닌 생태계 회복 자산임을 강조했다.
■ 희귀 곤충 발견 및 군집 변화 추적
서울대 홍석영 박사가 이끈 곤충상 조사에서는 멸종위기 2급인 애기뿔소똥구리가 출현했다.
소똥구리류와 송장벌레류를 지표생물로 삼아 모니터링을 진행한 결과, 향후 자연복원지와 인공조림지 간 곤충 군집 구성에 차이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었다.
곤충 활동이 줄어드는 10월에 조사가 시작되어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는 이르나, 2026년부터 계절별 모니터링을 본격화해 복원 방식에 따른 생태적 효과를 입증할 계획이다.
■ "무분별한 벌채 멈추고 숲의 자생력 믿어야“
이번 중간보고회에서 연구진은 숲이 자연 회복력에 따라 인위적인 조림 없이도 스스로 구조를 갖춰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불에 탄 고사목은 딱따구리와 곤충의 서식처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산불 이후 무분별한 벌채와 획일적인 조림을 지양하고 자연복원 가능성을 믿어야 한다"고 정책적 전환을 제언했다. 자연복원 프로젝트의 복원 정책 제안 내용이 포함될 결과 보고서는 올해 중 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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