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기획 2편] "낙동강 문제 해결에 가장 큰 장애물은 '기술' 아닌 '정치'"
페이지 정보

본문
최근 열린 '낙동강 수질오염 해법 토론회'에서는 부울경 660만 시·도민의 생명줄인 낙동강 수질 오염에 대한 처절한 진단이 쏟아졌다. 이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산광역시당, 경상남도당이 공동 주최하였고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민주홀에서 이재연 민주연구원 원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하였다. 앞선 기획에서 낙동강 수질 오염이 부울경 660만 시·도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심각한 구조적 재난임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이 참담한 식수 불안의 사슬을 어떻게 끊어낼 것인가. 토론회에 모인 전문가들은 이미 대안은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며, 시간적 로드맵과 거버넌스 체계, 그리고 정치적 결단에 초점을 맞춘 입체적 해결 방안을 쏟아냈다.
◇ 시급한 대책부터 근본적 차단까지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 실행해야 할 단기 전략부터 낙동강 생태계를 완전히 바꾸는 장기 전략까지 해법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이 제시한 해법들을 시간적 위계에 따라 정리해 보았다.
시급한 대책 (단기 전략): 간접 취수 우선 도입; 당장 시민들이 마시는 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직접 취수를 중단하고 '간접 취수'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맹승규 세종대 교수는 "취수 방식 개선은 단기 전략으로 가야 될 것 같고요"라고 언급하며, "복류수(하저에서 취수)로 가되 강변여과수도 같이 혼합적으로 가시는 게 되게 좋습니다"라고 제안했다. 김경현 국립환경과학원 부장 역시 속도전을 강조하며 "속도감 있는 문제 해결을 위해 창녕 증산 지구의 강변여과수 개발부터 우선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라고 촉구했다. 최소남 부산맑은물네트워크 대표도 플로어에서 "일 차로 가장 먼저라도 강변 여과수 1개 파이프라도 지금 뽑아야 된다고 생각해서 적극 공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기적 대책: 다중 안전망 구축과 자연 기반 해법; 중간 단계로는 하류의 정화 능력을 극대화하고 오염 물질의 하천 유입을 늦추는 방안이 거론됐다. 김이형 공주대학교 교수는 하천의 자정 능력을 키우는 방안으로 "생태계의 순환 고리를 연결해 자정 능력을 높이는 것"인 '자연 기반 해법'을 제안하며 "하천 주변에 인공 습지를 조성"할 것을 주문했다.
근본적인 대책 (장기 전략): 산업 폐수의 원천 분리와 무방류;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애초에 오염된 물이 낙동강 본류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김홍선 박사는 "상류 산단의 폐수를 180km 전용 관로로 차집해 하류 광역 처리장에서 3차 고도 처리 후 재이용"하는 '슈퍼파이프라인' 건설을 주장했다. 이상용 생태환경연구소 이사장 또한 "유일한 해법은 구미와 대구에서 나오는 산업 폐수가 낙동강 본류로 섞이지 않도록 차집 관로(파이프라인)를 통해 완전히 분리해 하류나 바다로 빼내는 것"이라며 물리적 차단만이 불신을 종식시킬 근본 해결책임을 역설했다.
◇ 구조적 대응: 국가의 규제 vs 지자체의 자치권
문제 해결의 주체로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기 짊어져야 할 역할도 명확히 구분되었다.
국가적 차원의 방안: 강력한 규제와 국가적 지원; 중앙정부는 느슨한 환경 규제를 조이고 전국 단위의 지원책을 가동해야 한다. 이준경 생명그물 대표는 공단 폐수와 관련해 "SK하이닉스가 한강에 방류하는 수준의 무방류 시스템과 재활용 비율을 80% 이상 높이는 게 핵심" 이라고 정부 차원의 강력한 규제를 요구했다. 김이형 교수는 농경지 비점오염 해결을 위해 수변 구역 농가가 토지 용도를 전환할 시 보상하는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를 적극 도입 및 확대해야 합니다"라며 국가적 제도의 뒷받침을 강조했다.
지자체 차원의 방안: '물 자치권' 확보와 자립적 대안 모색; 지자체는 국비나 환경부에 매달리던 수동적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됐다. 김홍선 박사는 "부울경 통합특별시가 출범하면 재정 확보, 권한 확보, 거버넌스 혁신을 통해 이 문제를 자체적으로 주도할 수 있습니다"라며 지자체의 '물 자치권' 확보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형섭 기후에너지환경부 과장은 타 지역 물을 끌어오려다 갈등만 빚은 과거를 교훈 삼아, "대구 사례처럼 대구는 대구 행정권역에서 방법을 찾았습니다"라며 부울경 역시 타 지역 의존을 버리고 "하류로 내려가야 되지 않을까"라며 권역 내 자립적 대안 마련의 필요성을 꼬집었다.
◇ 본질적 진단: 기술은 준비됐다, 남은 것은 정치의 몫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뜨거웠던 쟁점은 낙동강 문제 해결의 가장 큰 장애물이 '기술'이 아니라 '정치'에 있다는 뼈아픈 성찰이었다.
기술적 문제: 대안은 이미 모두 책상 위에 있다; 전문가들은 정수 기술이나 취수 공법 등 기술적 대안은 이미 충분히 검증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박재현 인제대 교수는 "강변여과방법 복류수 인공습지... 다 내용들은 어느 정도 정리되어 있습니다. 효과 장단점 다 알고 있습니다"라며 기술 부재론을 일축했다. 또한 "정수기 사용으로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만 연간 7천억 원에 달합니다. 이 비용이면 공장 폐수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습니다"라며 비용 대비 기술적 효용이 충분함을 입증했다.
정치적 문제: 결단 없는 30년, 용역 뒤에 숨은 리더십; 반면, 기술을 실행으로 옮겨야 할 정치권에 대해서는 날 선 비판이 폭발했다. 박재현 교수는 단호하게 "과학적인 문제 공학적인 문제 절대 아닙니다. 정치적 문제입니다. 정치인들이 결단하고 그 정책들을 실현해 내지 못한다"라고 일갈했다. 박 교수는 이어 "중요한 것은 지역 갈등을 핑계로 지연시키지 않고 주도적이고 자주적으로 의사를 결정하여 정책을 실행해 내는 결단력입니다"라고 꼬집었다. 플로어에서 마이크를 잡은 주기재 부산대 교수는 울분을 토하며 "정치인들이 이렇게 다 망친 거예요. 과학이나 대통령이 실효적 과학적으로 그게 아이디어가 부족해서 진행을 못하는 게 전혀 아니고요"라고 질타했다. 주 교수는 이어 "무슨 이게 과학이냐고요 ... 해수부 이전할 때처럼 결단력이 있고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진행하면 됩니다"라며, 타당성 조사나 용역을 핑계로 결단을 미루는 정치권의 각성을 강력히 촉구했다.
결론적으로, 낙동강 식수 불안을 해소할 열쇠는 이미 주어져 있다. 필요한 것은 기술의 발명이 아니라, 파편화된 해법들을 국가와 지자체가 책임 있게 통합하고, 지역 갈등을 돌파해 내는 정치권의 타협 없는 '실행력
- 이전글[심층 기획 3편] "문제는 과학이 아니다…30년 방치된 낙동강 식수, 정치로 풀어야" 26.03.04
- 다음글[심층 기획 1편] "기대수명 2.4년 짧아"… 발언으로 본 낙동강 식수 불안 30년 진단 26.03.03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