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역주행' 택배 물류 서비스…과대포장 대부분 쿠팡 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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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76% "상품 크기에 비해 박스가 지나치게 크다" 지적
어린이들까지 나서 “포장지 쓰레기 줄여주세요” 호소
시민 제보로 한 달 간 과대포장 29건 사례 확인

7가지 식음료품이 각각 개별 포장된 뒤 4개의 박스에 나뉘어 배송됐다. 손바닥만 한 화장품 하나는 성인 상반신을 가릴 만큼 큰 비닐봉투에 담겨 도착했다. 이미 플라스틱 통에 담긴 제품조차 에어캡과 완충재로 이중·삼중 포장됐다. 모두 시민단체가 시민들로부터 제보받은 과대포장 사례들이다. 서울환경연합이 지난 1월 14일부터 2월 18일까지 36일간 사례를 수합한 결과, 총 29건의 과대포장 사례가 확인됐다.
과대포장 유형 중에는 ‘상품 크기에 비해 박스가 지나치게 크다’는 사례가 약 76%로 가장 많았다. 이어 ‘동시에 주문한 동일 제품 여러 개가 각각 개별 박스로 배송’된 경우가 31%, ‘완충재가 과도하게 사용’된 경우가 20%로 나타났다. 개별 상품마다 별도의 비닐 포장이 추가된 사례도 확인됐다.
제보된 과대포장 사례 중 90%(26건)가 쿠팡 또는 쿠팡 계열 서비스였다. 쿠팡은 자체 물류망을 운영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직접배송 중심 물류 모델에서 과대포장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과대포장이 개별 판매자의 문제가 아니라, 플랫폼 물류 구조 전반의 문제임을 드러낸다.
시민들은 과대포장 문제의 가장 큰 책임이 기업에 있다고 봤다. 응답자의 65%는 쿠팡과 같은 배송·유통 기업이 나서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과대포장을 막지 못하는 느슨한 법·제도”(21%)가 뒤를 이었다.
“관리·감독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 정부·지자체”(7%), “잘 알면서도 바꾸지 않는 소비 문화”(7%)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응답이 나타났다. 이는 물류 과정의 초기 단계인 포장·유통 구조에서부터 기업이 포장재 사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하며,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인식이 시민들 사이에서 분명히 나타났음을 보여준다.
실제 제보 내용에서도 시민들의 문제의식은 분명하게 드러났다. 한 시민은 음식료품과 잡화류 4개를 주문했지만 각각 별도의 박스로 배송된 사례를 제보하며, “택배 물류 과정에서 쓰레기를 줄일 방법이 있음에도 속도와 효율만을 우선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너무 커다란 상자에 담겨와 부담된다”, “개별 포장 때문에 여러 번 분리배출해야 하는 게 번거롭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과대포장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일상 속에서 반복적으로 체감되는 환경 부담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이번 조사와 함께 어린이들이 기업에 쓰레기를 줄여달라며 직접 쓴 손편지도 모였다.
배곧해솔초등학교 1학년 8반 학생들은 “포장을 간단하게 해주세요”, “쓰레기 산이 생기고 있어요”라고 적었다. 아이들의 목소리는 속도와 편의 중심의 물류 구조가 어떤 부담을 남기는지 돌아보게 한다. 과대포장 문제가 단순한 소비자 불편을 넘어, 자원 절약과 기후위기 대응을 중심에 둔 물류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오는 4월부터 과대포장에 대한 단속에 돌입해야 한다. 2024년부터 적용된 과대포장 규제의 2년 유예기간이 종료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사이 현장 적용을 위한 세부 기준과 가이드라인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으며, 단속의 구체적 절차와 집행 체계 또한 미흡한 상황이다. 이번 사례 수합은 이러한 제도적 관리 공백 속에서 과대포장이 구조적으로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도권 직매립 금지 시행을 시작으로 생활폐기물 감량이 더욱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과대포장은 이러한 시대적 과제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시민들은 이미 “인터넷 쇼핑이 일상이 된 사회에서 포장재가 그대로 소각된다면, 과대포장은 쓰레기의 양을 크게 늘리는 방식”이라며 지적하고 있다.
시민들이 가장 일상적으로 체감하는 택배 포장재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감량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정부의 폐기물 감축 정책에 대한 사회적 신뢰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환경단체와 시민들은 이제 정부와 기업이 먼저 책임 있는 변화와 구체적인 로드맵을 이끄는 모습을 보여줄 때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서울환경연합은 "시민 제보를 바탕으로 앞으로 시행될 과대포장 규제 단속의 집행 과정을 면밀히 점검하고, 포장·배송 실태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할 것"이라며 "과대포장 규제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시민들과 함께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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