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폐수 유출 보도, 우리가 살펴봐야 할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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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고민해야 할 점은 바로 핵기술의 실체에 대한 인식
“핵발전·핵기술에 대한 무분별한 환상에서 벗어나 그 실체를 객관적으로 되돌아보는 계기돼야”

지난 6월 10일 한 언론사의 보도로 시작된 북한 핵폐수 유출 의혹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우리 바다에 이상이 없다”는 검사 결과를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보도를 처음 제기한 언론에 따르면, 황해도 평산의 우라늄 정련공장에서 발생한 폐기물이 인근 저수지로 보내져 침전되고 있었으나, 침전지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폐수가 하천으로 방류되는 정황이 위성사진을 통해 포착되었다는 것이다.
해당 위성 자료는 미국 환경체계연구소가 제공하는 ‘World Imagery Wayback’ 이미지(월드뷰-3)를 바탕으로 분석되었으며, 폐수가 침전지를 거쳐 하천을 따라 예성강과 합류한 후 강화만을 지나 서해로 흘러들어가는 모습이 관측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국내 하천과 해양 오염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사실 평산 우라늄 공장의 오염수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에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된 바 있으며, 이번에는 해당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북한 핵폐수 방류가 사실인지, 그로 인한 환경오염은 어느 정도인지를 두고 언론과 시민들의 문의가 쏟아졌다.
보도된 위성사진에는 검게 변한 물이 하천으로 흘러들어 간 것으로 보이지만, 위성사진만으로는 실제로 오염수가 방류됐는지, 그 안에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는지, 혹은 일반 산업 폐수인지 여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
언론 보도 이후 국회에서도 관련 질의가 이어지고, 한 유튜버가 방사능 측정기를 들고 강화도 일대를 돌아다닌 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며 국민적 우려로 확산됐다. 하지만 이 영상은 과학적 근거 없이 잘못된 정보를 유포했다. 만약 폐수가 강을 따라 서해로 유입되었다면, 오염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방사성 물질이 축적될 가능성이 있는 해수 시료를 채취해 정밀 분석을 해야 했다.
그러나 영상 속 유튜버는 저가의 간이 공간선량계로 이곳저곳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오히려 불안을 키웠다. 측정 방식도 부적절했고, 장비의 신뢰도도 낮았다. 결국 이는 조회수를 노린 영상에 불과하며, 많은 시민들에게 불필요한 불안을 안겨주었다.
이 사안이 처음 국방부 질의를 통해 공식적으로 언급되었을 당시, 해양수산부나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즉각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결과를 신속히 공개했다면 사태가 이토록 확산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해수부와 원안위는 선박과 측정 장비를 충분히 갖추고 있으므로, 오염수 경로를 따라 시료를 채취해 분석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큰 어려움이 아니다. 대응이 너무 늦고 안일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7월 1일 원안위는 전국 244개 지역에서 측정한 방사선 수치가 모두 정상 범위임을 발표했고, 7월 4일에는 바닷물 시료를 채취해 약 2주간의 정밀 분석 후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통일부는 7월 3일 평산 우라늄 정련공장 폐수 문제와 관련해 관계 부처 합동 특별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늦었지만 정부가 이제라도 나선 것은 다행이다.
이처럼 유사한 사안에서는 신속한 대응과 정확한 정보 공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으로는 더 빠르고 명확한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다.
한편 이번 북한 핵폐수 보도 이후에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와의 비교 문의가 잇따랐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일본 정부가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독단적이고 공식적으로 바다에 오염수를 투기중이며, 삼중수소, 세슘-137, 코발트-60, 탄소-14, 요오드-129 등 고독성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음이 명확히 밝혀진 상태다.
이를 근거로 장기적인 해양 오염을 유추할 수 있기에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를 막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반면 평산 우라늄 정련공장의 폐수는 민간 위성사진을 근거로 한 언론의 ‘의혹 제기’에 불과하다. 북한 정부는 해당 사안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며, 우리가 직접 북한 현장을 조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따라서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은 의심되는 오염수 유입 경로를 따라 방사능 수치를 측정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평산 우라늄 정련공장이 폐쇄되지 않는 한, 이 같은 오염 우려는 주기적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가 정말 고민해야 할 점은 바로 핵기술의 실체에 대한 인식이다. 방사성 물질은 핵발전소 사고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우라늄을 채굴하고 정련하는 과정부터 많은 방사성 물질이 발생, 그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피폭 위험에 노출된다.
또한 핵발전소 가동 중에도 지속적으로 방사성 물질이 배출된다. 그리고 방사성 물질 유출 사고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2019년 12월 대전 원자력연구원에서는 약 30년 동안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돼 인근 하천으로 흘러들어간 사실이 밝혀졌으며, 월성 원전에서도 수차례 방사성 물질 및 오염수 유출로 인한 해양 오염 우려가 반복되고 있다.
결론은 이번 사건을 통해 단순한 사안에 대한 반응이 아닌, 핵발전과 핵기술에 대한 무분별한 환상에서 벗어나 그 실체를 객관적으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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