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ESG공시 로드맵 초안, 국제적으로‘가장 지체된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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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의 ESG 공시 로드맵 초안이 공시 시기, 공시 대상, 스코프3(Scope3), 공시 채널, 제3자 인증 등 모든 면에서 주요국 및 우리나라의 공급망 경쟁국들보다 크게 뒤처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금융위가 당초 공시 로드맵 설계의 기본방향으로 설정한 ‘국제적 정합성’과 ‘정보 유용성’ 등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금융위의 ESG 공시 로드맵 초안의 핵심 쟁점을 주요국 및 공급망 경쟁국과 비교하고,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한 ‘KoSIF 이슈 브리프’를 발간했다고 15일에 밝혔다.
◇ 공시 시기·대상 주요국 대비 크게 뒤처져… "자산 5조 이상 단계적 적용 등 필요”
앞서 금융위는 지난 2월 25일, 국제적인 동향 등을 고려하여 연결자산총액 30조 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2028년(FY27)부터 기후공시를 의무화하는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우선 한국거래소 공시를 일정 기간 동안 시행하고 향후 법정공시인 사업보고서 공시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KoSIF 분석에 따르면, 비교 국가(지역)들의 최초 공시 시기는 우리나라보다 빠른 2025년(FY24)~2027년(FY26)에 집중되어 있고 최초 공시 대상 기업 수도 우리나라와 비교해 훨씬 많았다. 또한 공시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2030년 안에는 공시계획이 완료되는 로드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EU는 ’25년(FY24)에 약 11,000개 기업을 시작으로 CSRD(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의 의무화에 돌입하며,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호주는 2026년에 각각 4,000개와 700개 기업이 대상이 된다.
영국은 ISSB 기반 의무공시를 우리나라처럼 ’28년(FY27)에 시행하지만, 이미 ’23년(FY22)부터 TCFD(기후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 기반으로 의무화를 시행해 오고 있다. ISSB 기반 최초 공시 대상 기업 수는 약 600개 정도다.
우리나라의 공급망 경쟁국인 중국은 ’26년(FY25)에 약 450개, 일본과 대만은 ’27년(FY26)에 각각 약 70개와 120개, 인도는 이미 ‘23년(FY22)에 1,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공시가 시작됐다.
특히 프라임 시장 상장사로 시가총액 3조 엔 이상부터 ‘27년에 최초 공시를 시작하는 일본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약 70개지만, ‘28년(FY27)에는 1조 엔으로 기준을 적용해 340여 개로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28년에 최초 공시 대상 기업 수는 58개에 불과하고, 이 마저도 금융기관 중심으로, 기후 리스크가 높은 산업군을 제대로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 상당수가 장기간 ESG 정보의 공백에 놓여, 글로벌 투자자의 자본 이탈과 고객사의 공급망 제외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KoSIF는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고 우리 기업의 기후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시 대상을 최소 자산총액 2조 원 이상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기업의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지정하는 ‘공시 대상 기업집단’ 기준인 자산 총액 5조 원 이상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75~80%를 차지하는 기타 온실가스 배출, 스코프3(Scope3) 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스코프 3는 기업의 기후 영향, 기업의 기후 관련 재무적 리스크를 평가하는 핵심 정보로, 글로벌 투자자와 고객사들이 최우선으로 요구하는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EU ‘26년(FY25), 미국 캘리포니아 주180일~1년, 영국 ‘29년(FY28), 호주 ‘27년(FY26), 일본 ‘28(FY27)년 등 주요국과 우리나라 공급망 경쟁국은 대부분 유예 기간을 1년으로 설정했다.
대만은 3년 유예지만, ‘30년(FY29)부터 공시하게 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기업의 인프라와 공시 능력 부족을 이유로 3년을 유예한 ‘31년(FY30)에 공시하는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는 국내 기업의 수용 능력을 과소평가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표준에 기반한 ‘사실상의 공시 플랫폼’으로서, 기후공시와 다름 없는 것으로 평가 받는 CDP에 스코프3 정보를 공개하는 국내 기업은 ‘23년에 127개에서 ‘25년에는 222개사로 급증했다.
또 해당 기업들은 스코프3 전체 15개 카테고리 중 8개 항목을 이미 산정해 보고했다. 스코프3 산정·측정을 위한 인프라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다면, 우리 기업이 스코프 3을 충분히 공시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를 근거로 KoSIF는 세이프 하버(Safe Harbor, 면책 조항)를 전제로 스코프 3 공시를 3년이 아닌 1년 유예를 제안했다.

◇ 글로벌 표준은 '법정 공시'… 거래소 공시 기간 최소화 및 제3자 검증 로드맵 구체화 필요
ESG 정보의 신뢰성 및 투자 자본 유입과 직결되는 ‘공시 채널’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위는 기업 부담을 고려하여 거래소 공시로 시작하여 일정 기간 동안 적응한 후 법정공시인 사업보고서 공시로 전환한다는 초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중국을 제외한 EU, 미국 캘리포니아 주, 영국, 일본, 호주, 대만, 인도 등 대다수 주요 국가(지역)들은 법정공시를 채택하고 있다.
거래소 공시는 법정공시와는 달리 허위공시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기가 어렵고 특히 손해배상 입증 책임도 투자자가 기업의 고의·과실 및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구조로, ESG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이 제한될 수 있다.
이에 따라 KoSIF는 연내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법정공시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 부담을 고려한다면, 거래소 공시는 1년으로 한정하고 단계적으로 법정공시로 전환하는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공시 정보의 신뢰성을 담보하는 핵심 수단인 ‘제3자 검증’과 관련한 로드맵이 이번 초안에서 누락된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EU와 호주 등 주요국은 의무 공시와 동시에, 일본은 도입 1년 후부터 제한적 인증 수준으로 시작해 합리적 인증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확정한 상태다. 이에 KoSIF는 ESG 공시 로드맵 확정 시, 제3자 검증의 도입 시기와 그 수준을 포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금융위의 ESG 공시 로드맵 초안의 또 다른 문제점은 국제적인 눈높이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내 정책과의 정합성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기후금융(녹색금융+전환금융), 스튜어드십 코드, 밸류업, K-GX 등의 핵심 정책은 모두 투명한 ESG 정보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로드맵 초안은 정작 필수적인 ESG 정보의 공백 상태를 장기간 유지시키는 구조라는 비판이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종오 사무총장은 “모든 투자는 기본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기반으로 이뤄지고, 기업지속가능성실사법(CSDDD) 등 고객사들의 공급망 재편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ESG 공시 로드맵 초안은 투자자와 고객사 모두로부터 외면받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며 “이같은 방식으로는 자본시장의 코리아 프리미엄은 물론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전환, 에너지 전환 등 각종 전환 정책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과감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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