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환경영역, ESG금융 전체 17% 불과… 녹색 유입 제도적 예측 가능성 중요
“전환금융도 ESG 정보에 기반”…지속가능성 공시 신뢰성이 전환을 결정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민병덕 의원실, '2024 한국ESG금융 백서' 발간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민병덕 국회의원실은 국내 167개 금융기관을 조사·분석한 '2024 한국 ESG금융 백서'를 23일 발간하고, ESG금융의 질적 성장을 위한 정책적 일관성 확보를 제언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제공 국내 ESG금융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2,000조 원을 돌파하며 양적 성장을 이뤘으나 시장의 역동성은 눈에 띄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민간 부문의 성장이 꺾인 가운데, 실질적인 전환을 견인하고 불확실성을 해소할 정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민병덕 국회의원실은 국내 167개 금융기관을 조사·분석한 '2024 한국 ESG금융 백서'를 23일 발간하고, ESG금융의 질적 성장을 위한 정책적 일관성 확보를 제언했다.
이번 조사 결과, 2024년 말 기준 국내 ESG금융 규모는 2,012.6조 원으로, 2019년 대비 5년 만에 2배 이상 성장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을 제외한 영역별 분석에서는 특정 분야로의 쏠림 현상이 뚜렷하게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S(사회) 영역이 763.7조 원(72.3%)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 반면, 기후위기 대응과 직결된 E(환경) 영역은 180.5조 원(17.1%)에 그쳤다. 이어 기타 통합 영역은 107조 원(10.1%), G(거버넌스)는4.9조 원(0.5%) 순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불균형은 주택금융공사 등의 정책성 대출 등 상대적으로 분류가 용이하고 리스크가 낮은 사회적 금융 실적이 ESG금융의 양적 팽창을 주도해왔다는 분석이다.
유형별로는 ESG투자 945.5조 원(47%)과 ESG대출 753.0조 원(37.4%)이 시장의 중심축을 이루는 가운데 ESG채권 247.5조 원(12.3%), ESG금융상품 66.6조 원(3.3%)이 뒤를 이으며 투자와 여신 중심의 구조가 유지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양적 성장세 이면의 급격한 역동성 위축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최근 수년간 20~30%대를 유지해 온 연간 증가율은 2024년 8.9%로 급락하며 한 자릿수 성장에 그쳤다. 특히 고금리와 수익성 악화로 인해 민간 부문은 전년 대비 0.6% 감소하며, 지난 5년간 이어온 성장 흐름이 최초로 꺾여 역성장으로 돌아섰다.
김영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사장은 “금융산업은 규제와 정책에 극히 민감한 특성을 지닌다. 이전 정부의 소극적인 ESG 정책 기조가 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정체를 초래한 핵심 원인”이라고 진단하며 “정부의 일관된 정책적 신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E(환경) 비중 17% 정체 속 지속가능연계대출(SLL)도 20.6% 급감
실질적인 탄소중립 이행과 직결된 E(환경) 영역은 180.5조 원으로 전체 ESG금융의 17%에 머물렀다. 그 마저도 61.4%(110.8조 원)가 대출에만 편중된 것으로 나타나 금융권의 뿌리 깊은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기후 금융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RE100 등 기업의 실질적인 녹색 수요를 감당할 금융 공급 또한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실제 2024년 기준으로 재생에너지 금융상품을 보유한 기관은 29개에 불과했다.
특히 금융기관은 재생에너지 전용 상품 개발 시 마주하는 최대 리스크로 ‘정책 및 규제의 불확실성(29.4%)’을 꼽았다. 이는 제도적 예측 가능성이 담보되지 않는 한, 민간 자본이 위험도가 높은 녹색 영역으로 과감히 유입되기 어려운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더욱이 철강, 건설 등 감축이 어려운 비(非)녹색 산업의 녹색 전환을 유도하는 ‘전환금융’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박남영 책임연구원은 "실제로 고탄소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장기·고위험·대규모 사업을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이재명 정부가 '대한민국 녹색전환(K-GX)을 선언하며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민간 자본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더 과감한 확장 정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기업이 감축 목표를 달성할 때 금리 혜택 등을 제공하는 지속가능연계대출(SLL)이 고탄소 산업을 녹색으로 견인하는 핵심적인 징검다리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ESG금융 백서 분석에 따르면, SLL 잔액은 4.7조 원에 그쳐, 전년 대비 20.6%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서는 금융권이 리스크 관리의 비용을 이유로 기업의 실질적 체질 개선을 돕는 전환금융을 기피한다고 분석했다.
◇ “전환금융도 ESG 정보에 기반”…지속가능성 공시의 신뢰성이 전환 결정
'2024 한국ESG금융 백서' 표지.한편, 국내 금융기관들은 총 3.8조 원의 LNG금융 지원액을 'ESG금융'으로 분류해 보고했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포함한 일부 텍소노미에서 LNG를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과도기적 에너지원으로 규정하여 녹색 범주에 포함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에 대한 적절성 및 ‘그린워싱’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구조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녹색 자금 부풀리기'를 방지하고, 실제 자금이 대외적으로 공개한 목적에 부합하게 집행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전환활동을 지원한 금융과 녹색금융을 분리하여 공시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이사장 이러한 맥락에서 “ESG 공시는 ESG 선순환 시장 생태계 구축을 위한 핵심 정책으로, 전환금융과 스튜어드십 코드 역시 모두 ESG 정보에 기반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ESG금융이 실질적인 전환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의 ESG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인프라가 선행돼야 한다.
특히 고탄소 산업의 체질 개선을 돕는 전환금융의 경우, 기업의 감축 경로를 데이터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적인 만큼 ‘지속가능성 공시’는 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토대로 꼽힌다.
김 이사장은 “시장 규율을 통한 기업의 변화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그 기초가 되는 공시 의무화에는 보수적 태도를 보이는 현 정부의 행보는 매우 모순적”이라고 밝혔다.
민병덕 국회의원 또한 "지속가능성 정보는 더 이상 비재무적 요소에 머물지 않고 금융 의사결정과 투자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지속가능성 정보가 보다 신뢰성 있고 비교 가능한 방식으로 제공될 필요성이 커졌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