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부유 구조물'의 무한한 가능성과 넘어야 할 파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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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국토 공간 부족 문제의 대안으로 '초거대 해상 부유 구조물(Very Large Floating Structure, VLFS)' 기술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상과학 영화 속 장면처럼 바다 위에 공항, 도시, 발전소를 짓는 이 기술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 최초의 부유식 해상도시를 꿈꾸는 '오셔닉스 부산' 프로젝트를 필두로, VLFS 기술은 인류의 생활 공간을 육지에서 해양으로 확장하는 혁신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 이면에는 거친 파도와 같은 기술적, 경제적, 제도적 과제들이 놓여있다. 본지는 VLFS 기술의 무한한 가능성과 우리가 넘어야 할 현실적인 장벽들을 심층 분석했다.
'떠 있는 땅', VLFS란 무엇인가?
초거대 해상 부유 구조물(VLFS)은 말 그대로 해저에 기초를 두지 않고, 부력을 이용해 물 위에 떠 있는 수십만 톤급의 거대한 인공 구조물이다. 육지에서 제작한 수백 개의 강철 또는 콘크리트 모듈을 해상에서 조립해 수백 미터에서 수 킬로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인공 대지'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파도가 잔잔한 내해에 적합한 '폰툰(Pontoon)형'은 속이 비어있는 상자 모양의 구조물을 이어 붙여 넓은 평면을 만드는 방식이다. 반면, 파도가 거친 외해에서는 기둥으로 구조물을 떠받치고 대부분의 구조가 물속에 잠겨 파도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반잠수식(Semi-submersible)' 기술이 사용된다.
핵심 기술은 거대한 구조물을 안정적으로 띄우는 부력 제어 기술, 거센 파도와 바람에도 일정한 위치를 유지하게 하는 계류 기술, 그리고 파도의 힘에 의해 구조물이 휘어지거나 흔들리는 것을 제어하는 동요 저감 및 수탄성 해석 기술이다.
활용 분야별 기회와 도전: 명확한 장점과 현실적 과제
모듈형 초거대 해상 부유 구조물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만, 각 분야의 특성에 따라 뚜렷한 장점과 함께 극복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먼저 사회 기반 시설 분야에서 부유식 공항이나 항만은 육상 매립 방식에 비해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해양 생태계 파괴를 최소화하는 친환경적인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특히 수심이 깊은 곳에도 설치가 가능해 차세대 초대형 선박이 드나드는 항만을 건설하는 데 유리하다. 그러나 항공기의 안전한 이착륙과 선박의 안정적인 접안을 보장하기 위한 극도의 안정성 확보는 여전히 가장 큰 기술적 난제이다. 또한, 엄청난 초기 건설 비용과 염분에 의한 부식, 구조물 피로도 등을 관리하기 위한 장기적인 유지보수 비용 문제도 경제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변수다.
정온을 요하는 공항, 접안시설, 주거시설 등은 외해로부터 도달하는 파도의 강도를 줄여주는 초거대 해상 부유 구조물 방파제가 필요하다. 극한적인 외해 조건에 대해 기능을 발휘하기 위하여 부유식 잠제, 슬릿형 케이슨, 다공성 케이슨, 유공 수평판형 케이슨, 곡면형 소파 케이슨, 조합형 소파 케이슨 등으로 구성된 다중 방파제 시스템을 경제적으로 설치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개발이 가능하며, 해수면 상승을 대비하여 인류가 확보해야 하는 기술로서 그 수요는 천문학적인 경제적 가치가 있다.
북극항로 활성화 시 부산항의 항만시설로는 증가하는 물동량을 처리하지 못한다. 부족한 항만시설을 건설하기 위한 해안이 부족하다. 자연스럽게 부유형 모듈식 초거대 구조물 개념을 적용한 부유식 항만시설이 검토될 수 있다. 건설 기간, 환경영향, 무한 확장성, 해수면 상승 대비력 등을 고려할 때 장점이 단점을 넘어설 것이다.
에너지 및 산업 분야에서의 잠재력은 매우 크다.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소는 바람의 질이 우수한 먼바다로 나아가 고정식이 닿지 못하는 영역의 막대한 에너지 자원을 활용할 수 있게 한다. 부유식 태양광 발전이나 해상 공장 역시 유휴 수면을 활용해 국토 이용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발생하는 전력을 손실 없이 육지로 보내기 위한 고가의 해저 케이블 설치 및 유지보수가 큰 부담이며, 거친 해상 환경에서 발전 설비와 공장 시설의 정밀도와 내구성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케이블 대신 전력을 암모니아로 변환하여 운반하는 기술이 대안으로 제시되어 있어 관련 기술의 발전이 주목받고 있다.
가장 미래적인 활용 분야로 꼽히는 주거 및 관광 시설은 '오셔닉스 부산' 프로젝트처럼 해수면 상승에 대응하는 새로운 삶의 터전을 제공할 수 있다. 바다 위 호텔이나 리조트 등은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는 관광 자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거주성의 확보가 가장 큰 관건이다. 파도에 의한 미세한 흔들림을 제어해 생활의 안락함을 보장해야 하며, 전기, 담수, 통신, 폐기물 처리 등 필수적인 도시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 또한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다. 무엇보다 부유식 건축물에 대한 재산권 설정 등 법적, 제도적 기반이 부재하다는 점은 사업 추진의 근본적인 장벽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해양 및 수산 분야에서는 즉각적이고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구조물 자체가 거대한 인공어초 역할을 해 해양생물의 서식처를 제공하고 수산 자원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연안 오염의 영향을 받지 않는 청정 해역에 대규모 스마트 양식장을 조성하여 고품질의 수산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 한편, 대규모 양식으로 인한 사료 찌꺼기, 배설물 등이 주변 해역의 부영양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환경적 우려도 존재한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한 친환경적인 양식 기술과 철저한 환경 관리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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