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기획 1편] "기대수명 2.4년 짧아"… 발언으로 본 낙동강 식수 불안 30년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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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열린 '낙동강 수질오염 해법 토론회'에서는 부울경 660만 시·도민의 생명줄인 낙동강 수질 오염에 대한 처절한 진단이 쏟아졌다. 이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산광역시당, 경상남도당이 공동 주최하였고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민주홀에서 이재영 민주연구원 원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하였다. 참석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이 문제가 단순한 환경 이슈가 아닌 생존권의 문제임을 경고했다. 본지는 낙동강 식수 문제의 '해결 방안'을 다룰 다음 기획 기사에 앞서, 이번 편에서는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생생한 발언을 바탕으로 낙동강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시간적 흐름, 국가·지자체적 차원, 기술·정치적 차원으로 나누어 상세히 기록한다.
◇ 시간의 흐름으로 본 낙동강의 기술적 문제: 1991년 페놀부터 과불화화합물까지
전문가들은 낙동강 수돗물 불신의 역사가 특정 화학 사고에서 시작해 기후변화와 신종 유해 물질의 위협으로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고 진단했다.
1990년대~2000년대 (화학 사고와 정수 처리의 한계): 맹승규 세종대 교수는 "수돗물 불신의 시작은 1991년 페놀 유출 사고"라며 불안의 시발점을 짚었다. 지자체들은 이를 막고자 고도 정수 처리 시설을 도입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맹 교수는 "고도 정수 처리 시설을 도입했지만, 이는 주로 조류나 이취미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지 수만 가지의 유해 물질에 모두 대응하도록 설계된 것은 아닙니다"라며 당시 기술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했다.
2010년대 (녹조와 독소, 끊이지 않는 사고): 시간이 지나며 하천의 생태적 위협이 가중됐다. 박재현 인제대 교수는 "겨울철임에도 불구하고 여름철에 발생하는 마이크로시스티스 같은 조류 독소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시사철 이어지는 녹조 독소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또한 "과거 구미 불산 가스 누출 사고 때 방제용으로 쓰인 오염원들이 낙동강으로 다 유입됐다"며 화학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된 하천의 현실을 꼬집었다.
현재 (신종 미량 유해 물질과 수도꼭지의 공포): 현재 낙동강은 고도 정수로도 거르기 힘든 신종 물질의 위협을 받고 있다. 맹승규 교수는 "강변여과수를 도입하더라도 1,4-다이옥산 같이 제어하기 힘든 친수성 유해 물질은 원천 차단이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과불화화합물(PFAS) 이슈도 대두되고 있어 상황이 매우 심각합니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오염된 원수는 결국 시민의 생명 단축과 직결된다. 김홍선 부산과학기술대 수석연구위원은 "오염된 낙동강 물을 마시는 부산 시민은 서울 시민보다 기대 수명이 2.4년, 건강 수명이 1.8년 짧다는 통계가 있습니다"라고 충격적인 사실을 전했다. 더 끔찍한 것은 정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2차 피해다. 맹승규 교수는 "소독부산물은 염소 소독 시 발생하는 발암 물질로 가정의 수도꼭지에서 더 높게 검출됩니다"라며 가정 내 수돗물 이용의 치명적 문제를 폭로했다.
◇ 구조적 문제: 국가적 차원 vs 지자체 차원
낙동강 수질 문제는 중앙정부의 소극적 규제와 지자체 간의 극심한 이기주의가 뒤엉킨 복합적인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국가적 차원의 문제 (규제 권한 부재와 국비 의존): 지자체는 오염원을 차단하고 싶어도 국가(환경부)의 권한에 묶여 손을 쓰지 못하는 실정이다. 김홍선 박사는 "상류 지역에 대한 환경 규제는 환경부 소관이어서 부산 경남은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라며 권한 부재의 문제를 비판했다. 또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위해 매년 중앙정부 국비에 의존해야 했고"라며 지자체의 재정적 한계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가로막고 있음을 지적했다.
지자체 차원의 문제 (상·하류 갈등과 극심한 님비 현상): 지역 간의 끝없는 갈등은 취수원 다변화 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형섭 기후에너지환경부 과장은 과거 정책 실패를 언급하며 "남강댐, 합천댐 등 타 지역 물을 가져오는 과정에서 극심한 갈등을 겪었고, 현재 강변여과수 역시 농민 반발에 부딪혀 있습니다"라고 토로했다. 이상용 생태환경연구소 이사장은 지자체 이기주의의 민낯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합천댐 물 준다고 하니까 거창군이 ... (대구에)안동댐 물 관거, 상주, 의성 점프도 안됩니다.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정말 어렵습니다"라며 타 지역 물을 끌어오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임을 꼬집었다. 김홍선 박사 역시 "상·하류 지역 갈등...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문제가 30년간 방치되었다고 진단했다.
◇ 근본적 문제 진단: 기술적 문제 vs 정치적 문제
토론회에서는 낙동강 문제의 근본 원인이 '기술의 부재'에 있는지, '정치의 부재'에 있는지를 두고 강도 높은 진단이 이어졌다.
기술적 문제 (보호구역 부재와 분산형 오염 유입): 기술적 측면에서 낙동강은 원천적인 구조적 결함을 지닌다. 김홍선 박사는 상류 산업단지의 폐수 구조를 지적하며 "각 공간별로 독립적으로 처리한 후 직접 방류하는 분산형 구조 탓에 실시간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이형 교수는 비점오염의 파괴력을 언급하며 "돼지가 사람에 비해서 오염물질 4배를 배출"하는데, 이러한 가축 분뇨가 "퇴비로 경작지에 살포... 그대로 하천으로 나오기 때문에 녹조 관리가 어렵다"고 진단했다. 맹승규 교수는 "한강처럼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철저하게 보호받지 못하고 낙동강 본류에서 90% 이상을 취수... 수질 변동성이 굉장히 큽니다"라며 구조적으로 오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하천의 특성을 설명했다.
정치적 문제 (결단력 상실과 무책임의 30년): 그러나 전문가들이 가장 분노한 대목은 이러한 기술적 한계를 알면서도 30년간 방치한 '정치권의 무능'이었다. 박재현 교수는 단호한 어조로 "과학적인 문제 공학적인 문제 절대 아닙니다. 정치적 문제입니다. 정치인들이 결단하고 그 정책들을 실현해 내지 못한다"라고 일갈했다. 플로어에서 발언한 주기재 부산대 교수 역시 정치권의 무책임을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이렇게 다 망친 거예요. 과학이나 대통령이 실효적 과학적으로 그게 아이디어가 부족해서 진행을 못하는 게 전혀 아니고요"라며 이미 대안이 차고 넘침을 강조한 뒤, "매일 50번씩 똑같은 얘기를 하고 있는 거예요"라며 탁상공론만 반복하는 현실을 개탄했다.
이처럼 낙동강의 식수 문제는 30년에 걸쳐 누적된 맹독성 유해 물질과 기술적 취약성, 그리고 이를 방치한 국가와 지자체의 갈등 및 정치권의 무능이 만들어낸 총체적 재난으로 확인되었다. 얽히고설킨 이 참담한 문제들을 타개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내놓은 '구조적 해결 방안'등은 다음 기획 기사에서 상세히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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