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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시청’ 이유로 처형 일삼는 북한…처벌 피하려 뇌물 관행 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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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설동본기자
댓글 0건 조회 11회 작성일 26-02-0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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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한국 드라마 시청에 자의적 처벌 난무하는 잔혹한 체계 증언
부유층은 부패한 당국자에게 뇌물 주고 가장 가혹한 처벌 피할 수 있어
외국 매체 비접촉 경고로 아동이 '공개처형 강제로 보게 됐다' 증언 나와

국제앰네스티는 2025년 북한을 탈출한 사람 25명을 대상으로 개별 심층 인터뷰를 실시했다. 이 가운데 11명은 2019~2020년에 북한을 탈출했으며, 가장 최근 탈출 시점은 2020년 6월이었다. 대부분은 탈출 당시 15~25세였다. 2020년 이후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되면서 탈출은 극히 드문 사례가 됐다. 사진은 북한 주민 인권 현실을 조명한 단편 영상 ‘압록강 이야기’ 스틸컷.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제공
국제앰네스티는 2025년 북한을 탈출한 사람 25명을 대상으로 개별 심층 인터뷰를 실시했다. 이 가운데 11명은 2019~2020년에 북한을 탈출했으며, 가장 최근 탈출 시점은 2020년 6월이었다. 대부분은 탈출 당시 15~25세였다. 2020년 이후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되면서 탈출은 극히 드문 사례가 됐다. 사진은 북한 주민 인권 현실을 조명한 단편 영상 ‘압록강 이야기’ 스틸컷.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제공

북한에서 한국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적발되면 공개적 망신과 수년의 노동교화형, 심지어 처형까지도 당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뇌물을 제공할 경제적 형편이 안 되는 빈곤층이 가장 가혹한 처벌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국제앰네스티가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더 깊숙히 드러났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외국 매체를 금지하는 모호하게 규정된 ‘문화’ 관련 법 위반에 대한 처벌이 대체로 재력과 연줄에 의해 좌우되는 자의적이고 부패한 체계 속에서 집행되고 있었다. 한국 TV 프로그램을 비밀스럽게 시청하는 현상이 북한 사회 전반에 널리 확산돼 있다는 것이다.

인터뷰에 응한 다수는 가택 수색과 자의적 구금이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는 상시적 공포 속에서 생활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일부는 학령기 아동 시절 ‘사상 교육’의 일환으로 공개처형을 강제로 목격해야 했다고 말했다.

사라 브룩스(Sarah Brooks)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지역 부국장은 “이 증언은 북한이 한국 TV 프로그램을 시청했다는 이유만으로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디스토피아적 법(dystopian laws)’을 어떻게 집행하고 있는지 보여준다”며 “다만, 돈을 지불할 수 있다면 그마저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 당국은 국제법을 위반하면서 정보에 대한 접근을 범죄화하고, 처벌을 두려워하는 사람들로부터 당국자들이 이익을 챙기도록 방치하고 있다. 이는 억압에 부패가 덧씌워진 구조로 그 피해는 재력과 연줄이 없는 사람들에게 가장 심각하게 집중된다”고 말했다.

표현의 자유를 범죄화하는 법

국제앰네스티는 2025년 북한을 탈출한 사람 25명을 대상으로 개별 심층 인터뷰를 실시했다. 이 가운데 11명은 2019~2020년에 북한을 탈출했으며, 가장 최근 탈출 시점은 2020년 6월이었다. 대부분은 탈출 당시 15~25세였다. 2020년 이후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되면서 탈출은 극히 드문 사례가 됐다.

북한은 오랫동안 세계에서 가장 제한적인 정보 환경을 유지해 온 국가 중 하나다. 국제앰네스티가 수집한 증언에 따르면, 적어도 2020년 이전에는 외국 문화나 정보에 접근하는 행위가 처형을 포함해 적극적으로 처벌됐다.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한국 콘텐츠를 ‘인민의 혁명 의식을 마비시키는 썩은 사상’으로 규정하며, 이러한 가혹한 처벌을 정당화하고 있다. 이 법은 한국 드라마, 영화, 음악을 시청하거나 소지한 경우 5~15년의 강제노동을 의무적으로 부과하고, ‘대량’의 콘텐츠를 유포하거나 집단 시청을 조직한 경우 사형을 포함한 중형을 규정한다.

이처럼 높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인터뷰 참여자들은 한국 및 기타 외국 매체를 접하는 일이 널리 퍼져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와 영화는 대체로 중국에서 USB에 담겨 밀반입되며, 북한의 젊은 세대는 이를 ‘노트텔’이라 불리는 TV 수신 기능이 내장된 노트북 형태의 영상 재생 기기로 시청한다고 전했다.

국제앰네스티의 북한인권 실상을 담은 단편 영상 스틸컷.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제공
국제앰네스티의 북한인권 실상을 담은 단편 영상 스틸컷.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제공

"사람들은 교화소에서 나오려고 집을 판다"

2012년부터 2020년 사이에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은, 극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위험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일이 빈번하게 이뤄졌으며, 돈을 낼 수 있다면 최악의 처벌을 피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국제앰네스티에 전했다.

2019년에 북한을 떠난 최수빈(가명·39) 씨는 “사람들은 같은 행위로 잡혀도 처벌은 전적으로 돈에 달려 있다”며 “돈이 없는 사람들은 교화소에서 나오려고 5,000달러나 10,000달러를 모으기 위해 집을 판다”고 말했다.

2019년에 북한을 떠나기 전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다 세 차례 적발된 김준식(가명·28) 씨는 가족이 당국자들과 연줄이 있어 처벌을 피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보통 고등학생들이 잡히면 가족이 돈이 있는 경우 그냥 경고만 받는다”며 “우리는 연줄이 있어서 법적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여동생과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던 친구 3명이 2010년대 후반 한국 드라마를 시청했다는 이유로 노동교화소에서 수년형을 선고받았다고 말했다. 이들의 가족은 뇌물을 감당할 수 없었다. 또한 여동생이 체포됐을 때 그의 가족은 사건이 정식 기소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석방시키기 위해 미화 9,000달러를 지불했다고 전했다.

최 씨와 김 씨가 언급한 뇌물 액수인 미화 5,000~10,000달러는 대부분의 북한 가정에서 몇 년 치 소득에 해당하며, 최부유층을 제외하면 사실상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누구나 다 본다는 걸 모두가 안다"

수십 년 동안 북한 정부는 외국 매체에 접근하는 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특수한 법집행 부대를 배치해 왔다고 전해진다. ‘109(백공구)상무’로 불리는 이 조직은 영장 없이 가택과 거리에서 가방과 휴대전화를 수색한다. 서로 다른 지역 출신의 인터뷰 참여자 15명이 국제앰네스티에 109상무를 언급했는데, 이는 외국 매체에 대한 제한적 법률이 전국적이고 체계적으로 집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보안 당국자들이 외국 매체를 접하다 체포된 사람들과 그 가족에게 적극적으로 뇌물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외국 매체를 시청하다 적발된 한 탈북민은 109상무 요원들이 “강하게 처벌하고 싶지는 않지만,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윗선에 뇌물을 바쳐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법의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집행은 구조적으로 작동한다. 자신들 역시 한국 매체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 당국자들이, 동일한 행위를 한 다른 시민들을 체포하고 기소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한 인터뷰 참여자는 이를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표현하며, “노동자들은 대놓고 보고, 당 간부는 당당하게 보고, 보위부원은 보이지 않게 보고, 안전원(보안원)은 안전하게 본다. 단속하는 사람들까지 포함해, 누구나 다 본다는 걸 모두가 안다”고 증언했다.

그럼에도 주기적으로 이뤄지는 단속은 뇌물 시스템이 평소처럼 작동하던 방식을 일시적으로 흔들어 놓은 것으로 보인다.

2020년 6월에 북한을 떠난 김가영(가명·32) 씨는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2010년대 후반 ‘집중 단속’ 활동을 지시하기 시작한 경위를 설명했다. 이런 기간에는 당국자들이 가시적인 집행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고, 부유하거나 연줄이 있는 가정조차도 뇌물의 효력이 이전만큼 보장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사촌이 인민위원회(지방 행정 기관)에서 일했는데, 단속 기간에는 누군가 적발되더라도 아무도 도와줄 수 없다고 했다”며 “뇌물이나 연줄이 있더라도 단속이 지나치게 강화돼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고 말했다.

"수만 명이 처형을 보러 모였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북한이 공개처형을 통해 사회 전체를 공포로 몰아넣어 복종을 강요한다고 증언했다. 최수빈(가명·39) 씨는 2017년 또는 2018년에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외국 매체를 유포한 혐의를 받은 자의 공개처형을 목격했다.

그는 “당국이 모두 오라고 해서 신의주시에서 수만 명이 모여서 봤다”며 “당국은 우리를 세뇌하고 교육하기 위해 사람들을 처형한다”고 말했다.

일부 인터뷰 참여자들은 학교가 ‘사상 교육’의 일환으로 학생들에게 공개처형 현장 참석을 조직적으로 강요했다고 말했다. 처형은 총살로 집행됐으며, 한 사례에서는 10명의 사격수가 사형수에게 약 30발을 발사했다고 한다. 또한 일부 사례에서는 처형 전에 사형수들이 말을 하지 못하도록 당국이 그들의 입에 무언가를 넣었다고 전했다.

2019년에 탈출한 김은주(가명·40) 씨는 “우리가 16~17세, 중학생이었을 때 당국이 우리를 처형장으로 데려가 모두 보게 했다”며 “사람들은 한국 매체를 시청하거나 유포했다는 이유로 처형됐고, 이는 ‘네가 보면 너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사상 교육이었다”고 말했다.

2017년 북한을 떠난 한 인터뷰 참여자는 함경북도 청진의 모든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처형을 보도록 지시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한국 프로그램을 보면)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며 “나는 중학생 시절 두 차례 공개처형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학교는 공개적 망신이 가해지는 장소이기도 하다.

2019년에 탈출한 김예림(가명·26) 씨는 외국 TV 프로그램을 시청했다는 이유로 고등학교 3학년 학생 10명이 수시간에 걸쳐 ‘공개 비판’을 당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국이 소학생(초등학생), 중학생(중·고등학생)을 한데 모아 잘못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줬다”며 “몇 시간 동안 청년동맹과 다른 당 조직의 간부들이 지목된 이들을 비판하면서 ‘정신이 오염됐다’, ‘사상 무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학교는 또 외국 매체의 위험성에 관한 정기적인 사상 교육을 실시한다. 김가영(가명·32) 씨는 “매주 진행되는 ‘사상 교육’ 시간에 교사들이 법과 새로운 규칙을 설명한다”며 “다른 시간에는 재판을 참관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앰네스티
국제앰네스티

부패와 공포 위에 세워진 체계

국제앰네스티는 북한 정부에 정보 접근권을 포함한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고 보호하고, 2020년 제정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포함해 정보 접근을 부당하게 범죄화하는 모든 법률을 시급히 폐지할 것을 촉구했다.

국제앰네스티는 또 "모든 범죄에 대해 사형을 폐지해야 하며, 그 첫 단계로 공개처형을 포함한 모든 처형에 대해 공식적인 ‘모라토리엄(사형 집행 잠정 중단)’을 즉각 실시해야 한다"며 "특히 아동은 공개처형에 잔혹하게 노출되는 상황으로부터 보호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라 브룩스 부국장은 “북한 정부의 정보에 대한 공포는 사실상 주민 전체를 사상적 감옥에 가두고, 다른 사람들의 관점과 생각에 접근하는 길을 차단하고 있다. 북한 밖의 세계를 더 알기 위해 노력하거나 해외의 기본적인 대중문화 콘텐츠를 즐기려는 사람들조차 가장 가혹한 처벌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포와 부패 위에 세워진 이 지극히 자의적인 체계는 정의의 기본 원칙과 국제적으로 인정된 인권을 위반한다. 북한 주민들이 자신들에게 보장된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이러한 법 집행 체계는 해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제앰네스티는 북한 정부에 서한을 보내 이번 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제기된 주장들에 대한 입장을 요청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답변은 접수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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