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법', 권리 기본법 아닌 제3지대 차별법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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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법' 연내 발표 예고에도 아직 세부 내용 공개되지 않아
'노동약자지원법' 시즌2 인가? 결국 제3지대 만들어 차별 정당화할 것
"근로기준법 적용 먼저"…사각지대 노동자 노동관계법 적용 확대도 가능

‘라벨 떼고 권리 붙이기’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정책토론회서 현장 노동자 생생한 증언
플랫폼노동희망찾기에서 주최한 '라벨 떼고 권리 붙이기'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정책토론회가 11일 금속노조 4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일하는 사람법' 연내 발표를 앞두고, 특별법 제정이 결국 제3지대 차별 고착화로 이어질 것을 지적하며 노동관계법 우선 적용을 외치는 현장 노동자들의 요구를 알리기 위한 취지다.
정책 토론회는 김주환 비정규직이제그만 공동소집권자의 사회로 시작되었다. 김주환 공동소집권자는 "최근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인 쿠팡이 기술만 최첨단을 달린 게 아니라 사람의 목숨을 갈아서 이윤을 만드는 데도 역시 최첨단을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이윤을 위해 눈가림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현실에서 현장 노동자들이 희망을 만들기 위해 이렇게 토론회 자리를 만들었다"고 토론회 취지를 밝혔다.
발제를 맡은 오민규 집행책임자(플랫폼노동희망찾기)는 "4반세기 동안 정권의 입맛에 맞게 비임금노동자들은 정말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졌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약자'였고, 이재명 정부의 '권리 밖 노동'이다"라며 '제3지대'를 설정해 차별적 법 적용을 하는 일하는 사람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노동자 추정만큼 중요한 것이 기존 노동자 개념을 확장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최저임금법·산업안전보건법 적용은 지금도 곧바로 가능하다. 기본법보다 노동관계법 적용 확대가 우선돼야 한다"며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위한 노동관계법 전면 적용을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박정훈 부위원장(공공운수노조)은 "자본의 전략으로 국민의 적정임금을 보호해야 한다는 헌법 제32조와 최저임금법이 무력화되고 있다. 특고·플랫폼 노동자도 당연히 국민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넘어 적정임금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내년 최저임금 운동의 목표를 제시했다.
나아가 그는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는 노무제공자는 18개 업종에 불과해 교통사고 조사원, 간병인처럼 사고의 위험에 상시적으로 노출된 노동자들조차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도 전속성 요건이 유지되고 법의 일부만 적용되는 등 한계가 명확하다"며 개별 노동관계법령에서 적용 범위를 확대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동현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직장갑질119 스태프)는 "ILO 협약 제190호는 일터에서 발생하는 폭력과 괴롭힘을 최초로 포괄적으로 규율한 국제노동기준으로, 보호 대상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하지 않는다"며 노동법 적용 범위 확대 논의와의 연결고리를 짚었다.
이어서 그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만 적용 범위를 제한적으로 확장하는 방식은 구조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른바 '일하는 사람법'이 제3의 범주를 설정하고 일부 권리를 선택적으로 부여한다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노동법 적용 범위 확대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하은성 노무사(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노동자성연구분과)는 "사업장 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사업장에 퇴직금 지급 의무 부여, 직업교육훈련 촉진법 개정을 통해 개별 법령에서 근로기준법 준용, 병역법에서 근로기준법의 직장 내 괴롭힘 금지와 유사한 제도 도입 등 우리 법은 점차 보호 범위를 확대했다"며 노동관계법령 적용 확대의 역사를 소개했다.
하 노무사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기법 적용 제외를 허용하자 사업주들은 탈법과 위법을 통해 무법지대를 만들었다. 이처럼 법의 적용을 회피할 방법을 막기 위해서는 노동법 전면 적용이 필요하다"며 노동관계법령 적용 확대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권리 확대가 닿아있음을 강조했다.
최정우 미조직전략조직실장(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노동자 오분류 문제를 시정하기 전에 일터권리보장기본법이 먼저 제정된다면, 이는 기존 노동법의 권리를 배제하는 또 다른 권리 밖 구을 만들어 제3지대를 고착화될 위험이 있다"고 근로기준법 개정과 노동자 추정제도 도입을 통한 노동자 인정 확대가 선행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최 실장은 "고용 형태가 다양화된 이후 사용자들은 다수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않을 방법을 찾아왔다. 5명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하고,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게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고 4대 보험 전면 적용하는 것이 진정한 노동권 사각지대 노동자를 위한 방안이다"라며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할 것을 촉구했다.
다음으로는 다양한 특고·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의 생생한 현장증언이 이어졌다.
웹툰작가 파랑씨는 "웹소설 원작의 웹툰을 그리는 작가다. 각색부터 선화까지 하는 그림작가인데, 회차당 85만 원 받았는데, 노동시간 계산을 해보니 한 회차당 65~70시간 정도 일하더라. ", "65~70시간 걸리니까 주 5일 근무는 당연히 할 수 없고 주 7일 근무한다 15주 동안 단 하루의 휴일도 없었던 적도 있다"며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노출된 웹툰작가의 현실을 폭로했다.
오승민 대리운전기사는 "고객의 폭언에 노출되었음에도 나를 지켜줄 수 있는 법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고객의 말 한마디로 144곳 회사에서 계정정지까지 당했는데, 이게 단연 제 이야기만이 아니라 여기 계신 플랫폼 노동자라면 모두가 한 번쯤 경험해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며 플랫폼 노동자에게 노동법적 보호가 부재한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플랫폼·프리랜서·특수고용으로, 특히 혼자 일하는 사람들의 경우, 제대로 된 제도를 접하기도 어렵다. 회사에 종속되어 일하는 가짜 프리랜서 문제 해결과 함께 진짜 프리랜서에 대한 실질적 보호가 필요하다"며 일하는사람법의 한계를 지적했다.
박연희 학습지교사는 "정규직 교섭위원들은 유급휴가를 사용해서 교섭에 참여하느 반면, 학습지 교사들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해 교섭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회원 관리를 다른 요일로 옮기거나 늦은 밤이나 휴일에 보충해야 한다"며 "그런데 노동조합이 교섭위원의 교통비 등 최소한의 실비를 지원하자, 교원구몬은 노동자가 아니니 연필과 지우개 등 판촉물로 주겠다고 한다. 이 불평등을 해결하는 방법은 근로기준법 적용이다"며 한국의 노동시장에 자리 잡은 오래된 차별과 구조적 폭력을 해소하는 첫 번째 열쇠로 근로기준법 적용을 제시했다.
배달 라이더 주성중씨는 "라이더끼리 하는 우스개소리로 자석을 던지면 몸에 안붙는 라이더가 없다고 한다. 사고로 인해 철심을 몸에 박은 라이더가 많아 나오는 자조적인 농담이다. 4일간 260개의 콜을 수행해야 받을 수 있는 과도한 미션에 의존하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상식이 되는 사회에서 살고싶다"라며 라이더의 적정 임금 보장과 안전 운행의 중요성을 꼽았다.
언론사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한 박지우씨는 "노동법과 판례는 실질을 보라고 되어있지만 노동청은 '프리랜서'라고 써 있는 계약서에 서명한 것을 근거로 노동자가 아니라고 했다. 노동을 하며 살았는데도 그 대가가 임금이 아니게 되었는데, 이런 기준을 바꾸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면서 근로기준법 근로자 인정 기준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했다.
이번 정책토론회를 주최한 플랫폼노동희망찾기의 오민규 집행책임자는 "배달 라이더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포르투갈 대법원 판결의 출발은 검찰의 소송 제기였고, 유럽연합 회원국 중 가장 먼저 추정제를 도입한 스페인 역시 검찰이 거액의 벌금형을 선고함으로써 비로소 배달 플랫폼들이 고용관계를 인정한 바 있다. 형사책임 없는 노동자 추정제라는 발상 자체가 이상한 것"이라며 유럽에서도 형사처벌을 전제로 노동자 추정제가 도입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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