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도르노 학회 창립총회 및 심포지엄 축사 전문
페이지 정보
본문
"어제 한국아도르노학회 창립총회 및 심포지엄에 고문으로 참여해 축사로 발언한 내용입니다.
아도르노 학회 창립을 축하드립니다" - 홍승용 현대사상연구소 소장
아도르노의 이론적 중요성을 감안하면 학회 출범은 다소 늦어졌다고 여겨집니다. 축하드리는 마음에 앞서 오늘날 진보적 지식인들이 짊어져야 할 책임감이 더 무겁게 다가옵니다. 학회가 아도르노 연구의 심화와 탁월한 성과들의 공유를 통해 오늘의 근본문제들을 이성적으로 풀어가는 데에 조금이라도 더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아도르노의 이론에서 제가 공감하며 받아들인 부분, 또 나름으로 보완하고 싶은 부분을 세 가지 정도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로는 변증법적 사유방법을 들 수 있습니다. 변증법적 사유방법을 받아들인다면 오늘의 지배질서인 제국주의적 자본주의체제를 절대화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 발전과정과 본질적인 문제들, 오늘날 하루하루 심각해지는 제국주의전쟁 위기와 환경재앙, 생산력 발전에 따른 양극화 심화 등의 근본 원인을 면밀히 파악하고 대안질서를 모색하는 일을 당연한 과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아울러 변증법적 사유는 아도르노의 이론에 대한 평가에도 적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가 처해 있던 물적 조건과 달라진 오늘의 물적 조건에 근거해, ‘관리되는 사회’ 혹은 ‘총체적 지배’ 개념에 의거하는 실천적 입장에 대해 비판적 거리두기가 필요해 보입니다.
둘째로는 미시론과 함께 거대담론도 소홀히 하지 않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아도르노의 거대담론은 물론 해방담론입니다. 그는 권위주의를 세밀히 비판하고 비동일자를 중요시하면서도, 인류문명의 총체적 파국 가능성과 해방의 잠재력을 주목하도록 요구했습니다. 현대사회는 어느 때보다도 더 확연히 이 양면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성적 존재라면 야만이냐 해방이냐 하는 선택 앞에서 망설일 이유가 없겠지만, 지배이데올로기는 끊임없이 그 선택을 위한 인식을 흐려놓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치밀한 인식작업이 필요한데, 이때 거대담론에 대한 포스트모던한 시비에 구애받지 않고 설득력 있는 해방담론을 풍부하게 생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셋째로는 모순의 문제를 회피하지 않는 점을 들고 싶습니다. 이는 헤겔과 맑스의 변증법에 대한 아도르노의 평가에서만 아니라, 그의 이론 전체를 관통하는 지배관계에 대한 민감성으로도 나타난다고 여겨집니다. 그런데 자본주의체제의 가장 핵심적인 모순은 노동과 자본의 모순일 것입니다. 이는 노동자들의 주관적 의식이나 욕구를 넘어선 객관적 생산관계에 기인하며, 자본주의의 출발에서 종말에 이르기까지 불가피한 것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자본주의적 야만을 극복하는 해방과정에서 노동자계급이 떠맡을 수밖에 없는 중심적 역할을 빼놓고 해방담론을 구성하는 데에는 많은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아도르노의 이론은 노동해방⋅인간해방에 필요한 다양한 이론적 무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학회에 참여하신 분들 모두 왕성한 활동으로 오늘의 인류문명 위기를 극복하고 이성적 대안사회 건설을 앞당기는 데에 큰 몫을 감당해내시기를 기원하고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4. 10. 12.
출처:현대사상세미나
- 이전글[Memorial Square] 2.18대구지하철 참사를 기억하는 18일 기억행동 24.10.15
- 다음글[알림] 10.29이태원참사 2주기 진실을 향한 걸음, 함께 하겠다는 약속 24.10.1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